📐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5월 모임 · 발제문

효율의 그늘에서,
알고리즘 인간의 선택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를 함께 읽기 전에

글 · 김경훈 (AI 시대의 인간 파트너)

들어가며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오늘 아침, 점심 메뉴 추천을 받지 않고 식사를 결정한 분이 계신가요? 출근길에 지도 앱을 한 번도 켜지 않은 분은요? 우리는 깨어 있는 거의 모든 순간 알고리즘과 함께 있습니다. 무엇을 볼지, 무엇을 살지, 누구와 만날지, 어디로 갈지 — 사실상 일상 전부가 알고리즘적 추천 위에서 흘러갑니다.

브라이언 크리스천과 톰 그리피스의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2016)는 이 풍경을 두 가지 눈으로 봅니다. 한쪽 눈은 컴퓨터 과학자의 눈입니다.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일은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의 사촌이고, 양말 짝을 맞추는 일은 정렬 알고리즘의 친척입니다. 다른 한쪽 눈은 인간의 눈입니다. 똑같은 문제 앞에서 우리는 단지 효율만이 아니라 후회와 미련, 망설임과 직관을 끌고 들어갑니다.

이 책의 미덕은 두 시선을 함부로 합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수학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나요?" 이 질문이 11개 챕터 내내 부드럽게 흐릅니다. 발제문은 그 질문이 가장 잘 들리는 네 개의 챕터를 먼저 함께 걸어보고, 책의 끝에서 다시 만나는 자리를 향해 가려 합니다.

친절하게 닮은 것들

책이 열어 보이는 풍경

11개 챕터 가운데 5월의 키워드와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네 곳을 먼저 짚어봅니다.

37% 규칙 — '충분히 봤다'는 어디인가

Chapter 01

37% 규칙 — '충분히 봤다'는 어디인가

이 책이 가장 먼저 던지는 그림은 의외로 케플러의 일기입니다. 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두 번째 결혼을 앞두고 11명의 후보를 두고 2년을 고민합니다. 4번째 후보가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더 봐야 할 것 같아 미루었지요. 결국 그는 5번째 후보 Susanna에게로 돌아옵니다.

책은 이 일을 비효율이라고 비판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학이 알려주는 정답을 슬쩍 곁에 놓습니다 — 처음 37%는 보고, 그 다음 가장 좋은 후보를 잡으라는 규칙. 그러면 묻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깔끔한 답이 있는데, 우리는 왜 여전히 망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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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과 활용 — 단골이냐, 새 가게냐

Chapter 02

탐색과 활용 — 단골이냐, 새 가게냐

식당 앞에서 우리는 매번 같은 질문을 마주합니다. 익숙한 단골 김밥집인가, 새로 생긴 태국 식당인가. 책은 이를 다중 슬롯머신 문제(multi-armed bandit)라고 부르며 결정적인 통찰을 줍니다 — 답은 "앞으로 얼마나 더 이 동네에 살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이 통찰을 인생 곡선에 대보면 어떨까요. 노년이 되어 새 친구보다 오래된 친구가 소중해지는 이유, 청년기에 우리가 그토록 헤매는 이유 — 알고리즘은 이를 비합리가 아니라 남은 시간에 맞춘 합리라고 이름 붙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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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적합 — 덜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Chapter 03

과적합 — 덜 생각해야 할 때도 있다

다윈은 결혼 결정을 앞두고 종이에 찬반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항목을 늘릴수록 결정은 더 흐려졌고, 결국 한 페이지에서 멈춥니다."결혼하라. 끝." 노벨상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는 자신의 자산을 50:50으로 단순 분산했습니다. 자기가 만든 정교한 포트폴리오 이론을 따르지 않고요.

더 많은 변수,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고려사항이 항상 더 나은 결정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단순한 규칙이 복잡한 모델보다 견고합니다. 효율의 시대에 가장 어색하게 들리는 말이지요 — "덜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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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성 — 막혔을 때는 일부러 흔들어라

Chapter 04

무작위성 — 막혔을 때는 일부러 흔들어라

수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이 1940년대 병상에서 솔리테어를 두며 떠올린 생각이 몬테카를로 방법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 경우를 분석할 수 없다면, 그냥 많이 해 보면 어떨까. 책은 이 발상을 일상으로 끌어옵니다 — 어디서 살지, 무엇을 먹을지, 인생 결정에서 막혔을 때 가끔은 동전을 던지는 게 답이라고.

이성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성이 끝까지 갔을 때 무작위가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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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이유

여기서부터 책의 두 번째 시선이 열립니다. 도입에서 우리가 던졌던 질문이 다시 돌아오는 자리이지요.

효율적인 선택이 곧 행복한 선택일까요?

37% 규칙을 따라 결혼한다면 우리는 더 행복할까요? Gittins 인덱스로 친구를 사귄다면 우정은 더 깊어질까요? 책은 답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을 가만히 지적합니다 — 알고리즘은 "어떤 지표를 최적화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5장 스케줄링이 정확히 이 이야기입니다.)

마감을 최적화할까, 완료 개수를 최적화할까, 합계 시간을 최적화할까. 이 선택은 수학이 아니라 삶의 방향의 문제입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그 방향을 정한 다음에야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숫자'와 '확률'로 설명되는 존재가 되어갈 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추천 알고리즘은 우리의 클릭, 체류 시간, 다시 본 횟수, 검색어로 우리를 그립니다. 이 그림은 정확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만큼 — 그것은 우리가 측정될 수 있도록 행동한 흔적일 뿐입니다. 측정되지 않은 자리, 더듬거리며 실수했던 자리, 일부러 비효율적이었던 자리,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자리는 거기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이 보는 우리는
늘 우리보다 조금 작습니다.

함께 나눌 질문들

5월의 모임에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질문들입니다. 한 가지만 골라 깊이 생각해 와도 좋습니다.

  • Q1

    당신이 가장 자주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결정은 무엇인가요? 그 의존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단지 편해서 그런지 구분할 수 있나요?

  • Q2

    효율적이지 않지만 행복했던 선택을 떠올려 보세요. 그 결정에는 어떤 '인간적인 것'이 있었나요?

  • Q3

    이 책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챕터는 무엇이었나요? 위로받았다는 것은 그 챕터가 어떤 자책을 풀어주었기 때문일 텐데, 그 자책의 정체는 무엇이었나요?

  • Q4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것을 따랐을 때 후회한 경험이 있나요? 그 후회의 본질은 '잘못된 추천'이었나요, 아니면 '내 결정권의 양도'였나요?

  • Q5

    당신을 점수로 설명할 수 있다면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무엇일까요? 그 변수가 진짜 당신의 본질을 잡고 있나요?

닫으며

알고리즘 뒤에 사람이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계산적 친절(Computational Kindness)"입니다. 좋은 알고리즘은 결과를 빨리 내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고 노동을 줄여주는 알고리즘이라는 것이지요. "편한 시간 알려줘"가 아니라 "화요일 1시 어때?"라고 묻는 것.

이 마지막 장은 책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듭니다. 우리가 알고리즘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빠른 정답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사려 깊은 구조일 수도 있다는 것. 알고리즘과 인간의 선택은 대립 관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좋은 알고리즘 뒤에는 늘, 그것을 만든 사람의 친절이 있습니다.

5월의 우리 모임이 그런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빠른 답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사려 깊은 질문을 함께 꺼내어 보는 시간.

"정답보다 질문을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AI 시대의 인간 · 김경훈